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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형이상학 Metaphysik in der Nacht 철학본색 시즌 3의 소중한 분들에게 권 영 민 부엉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哲學本色의 노래 겨울이 시작되기 전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러본다면 어떨까? 하지만 이 노래를 철학본색의 노래로 불러도 좋다. 이 노래가 철학본색과 관련된 의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선물은 바로 이 동요이다. 우리가 여기 이 시간에 함께 둘러 앉아 있는 것. 이미 그 자체로 이 노래는 오늘 철학본색의 이 자리를, 또 철학본색의 오늘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니체가 이제 노래는 집어치우고 적극적 망각의 춤을 추자고 독려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너무 더딘 것이 아닌가? 어쩌면 철학본색은 적극적 망각의 춤을 배우기 전에, 아니 어쩌면 춤보다 더 절실한 노래, 바로 이 단순한 노래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이 글을 ‘하나의 노래’로, ‘지금 이 밤’과 관련해서, ‘철학본색의 운명’과 관련해서, ‘각자의 삶이 지닌 의미’와 관련해서,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또 철학적 차원에서는 ‘새로운 형이상학을 기획하는 연습’으로 들어주시길 부탁한다. 두 계열 최소한 이 노래에는 여섯 가지의 이항대립이 나타난다. 낮과 밤/ 안과 밖/ 짐승과 인간/ 따뜻함과 차가움/ 사회와 고독/ 이야기와 울음(-혹은 노래). 대단히 간단한 구조주의적 틀을 활용한 분석일지는 모르지만, 이 노래가 가진 어떤 원초적이며 우주론적인 힘을 보여주는 대립이 드러나는 것 같지 않은가. 두가지 질문. 1) 낮-안-인간-사회-따뜻함-이야기로 연결되는 계열과 밤-밖-짐승-고독-차가움-노래로 이어지는 계열의 자명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어째서 각 계열의 단어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엮일 수 있단 말인가? 2) 의미론적인 차원에서 이 두 계열의 대립이 밤과 낮의 위상학적 충돌에서 오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제 우리(-철학본색)는 어느 계열에 속하게 되길 바라는 것인가? 낮의 계열 낮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인가, 이야기가 대낮의 밝음을 창조하는 것인가? 아니, 다시 묻자. 인간이 이야기하는가, 이야기가 인간을 이야기하는가? 마지막으로 묻자. 인간이 따뜻한 것인가, 따뜻하기 때문에 인간인 것인가? 낮의 계열이 가진 연쇄적 연결고리의 자명성을 되묻지 않은 채 그 자체로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이 계열 내부의 질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선물을 주고 받는 바로 이 순간, 선물이 오고 가는 우리의 지금이 어떤 온기를 만들어내고 공간을 창조해내는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가 지금 비록 ‘밤’에 있더라도, ‘낮의 사회’의 ‘시민’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소 성급한 결론이지만 더 분명하게 말하자. 언어(-이야기, 네러티브)는 낮의 밝음을 그 자신의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낮의 밝음과 온기, 공속감의 조건은 할머니의 이야기 그 자체이다. 낮-안-인간-사회가 이야기를 조건으로 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제 낮의 계열을 정식화 하자. 낮의 계열, 이야기가 창조해낸 공간은 곧 ‘의미의 세계’이다. 왜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둘러 앉았는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가 열어 보여주는 ‘의미의 세계’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다. <그림1 참조> 이제 아이들은 ‘의미 공화국’의 시민이 되었다. 외로움에서 ‘탈출’을 감행한 ‘우리들’은 ‘의미의 가족’ 어쩌면, 의미의 ‘노예’가 되었다. 만일 우리가 ‘의미의 노예’라면 우리는 낮의 지배력을 결코 의심할 수 없을 것이며, 이 공화국의 철학자들이 가르치는 이데아의 세계, 명석판명clear and distinct이라는 이념을 붙들고 수학자와 과학자가 성직자가 된 교회에서 검증가능한verifiability 혹은 반증가능한falsibility 성구(-명제, proposition)만이 유의미한 문장이라고 믿도록 강요될 것이다. 철학본색은 이제 드러난 ‘낮의 정체’, 곧 ‘의미공화국’의 아방가르드(-선봉대)인가? 자신이 누구의 이야기 속에 거주dwell하는지 점검할 것. 자신이 고향 삼은 이야기를 의심할 것.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할 것. 철학본색은 의미공화국의 탈주선이자 경계선이어야 한다. 의미공화국으로의 해방이 또 다른 의미공화국의 재창조 혹은 의미의 무정부 상태로의 귀환으로 정향되는 것은 어느 길이든 잘못든 것이다. 의미로부터의 탈주, 역설적이지만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밤의 계열 의미 밖의 세계는 밤-밖-차가움-고독-짐승-노래가 계열을 이루고 있다. 다시 동요로 돌아가서 이 노래가 ‘부엉새가 우는 밤’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주지하자. 노래(-울음)가 전경화된 채로, 이후에 이야기가 있다. 차가운 밤이 있기에 따뜻한 방이 있다. 위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낮/따뜻함/온기/사회가 어떤 ‘이야기’를 조건으로 해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이제 ‘이야기’는 ‘밤’을 조건으로 해서만, 혹은 ‘노래’를 조건으로 해서만 가능해진다. 여기서 밤이 노래의 조건인지, 노래가 밤의 조건인지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밤의 계열은 ‘이야기가 무화되는 세계’, ‘논리가 그 힘을 잃어버리는 세계’, ‘의미가 무의미가 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계열 내부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낮의 계열이 지젝 식으로 말해 ‘신체 없는 기관’이라면, 밤의 계열은 아르또-들뢰즈 식으로 말해 ‘기관 없는 신체’body without organ이다. 신체로부터 분절된 기관이 질서정연해야 한다면, 기관으로 분화되기 전 신체는 하나의 ‘알’이기 때문이다. 다시 들뢰즈의 말을 빌리자면 밤의 세계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wonderland이다. 이 곳에는 텅빈 말이 오고 가고, ‘목을 쳐라’가 반복된다. 스나크Snark가 살고 (배와 가슴이 하나로 된) 험프티 덤프티Humpty Dumpty가 나무에 올라 앉았으며, 트럼프 병사들이 칠면조를 들고 뛰어 다닌다. <그림 2 참조> “의미 공화국”에서 이주해온 앨리스는 “Wonderland"에서 -집이 터질만큼-너무 크거나, -눈물이 바다가 될만큼-너무 작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곳은 ‘의미 공화국’의 지반을 뚫고 깊숙이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곳이며, 쥐와 고양이, 토끼가 말을 하는 곳이고, 말하지 않을 것이지만 모든 것을 말하는 세계이다. 앨리스는 눈물에 빠져 극도로 춥고, 도와주는 이가 하나도 없어 대단히 외롭고, 이 세계는 무엇 하나 분명한 것이 없는 세계로 현상되지만 한편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공간이며, 앨리스가 ‘노래’를 하면 다시 부르기를 요청한 공간이었음을 기억하자. 밤이 만드는 이 리듬이, 혹은 리듬이 있는 이 밤이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가 ‘의미 공화국’의 조건이라면 밤의 계열은 낮의 계열의 ‘형이상학’이 될 것이며, 선험적인 가능 조건이 된다. 이것을 하이데거 식으로 말하자면 밤의 계열은 존재론적인ontologische 것이며 낮의 계열은 단지 존재적인ontische 것에 불과하다. 낮의 계열의 이야기가 밤의 계열의 리듬을 모태로 한다면, 의미는 존재론적 운동과 리듬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의미공화국의 시원은 밤의 리토르넬로Ritornello, 태극도설의 표현대로 하자면 음과 양의 운동, 신학적으로는 '인간의 말‘ 아닌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가. 눈으로 보이기 전의 리듬 차원, 보이지 않고 느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밤이야말로 형이상학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성서가 기록하듯-태초에 ‘밤’이 깊고 ‘혼돈’이 드리워져있었다면 밤의 계열이 현상한 형이상학은 질서정연한 ‘코스모스’가 아닌 ‘카오스’일 것이다. 자, 다시 묻자. 철학본색은 이러한 카오스적인 무질서 상태인 ‘Wonderland'의 아방가르드가 되고자 하는가? 자신의 무질서를 즐기지 말 것. 자신의 무질서를 그 자체로 긍정하지 말 것. 그리고 자신의 무의미를 유일한 의미로 승인하지 말 것. 밤의 계열의 진면목을 제대로 관통하여 보지 못한다면 Wonderland는 왕비가 멋대로 목을 치고, 이 세계의 철학자가 주장하는 적극적 망각의 춤을 추는 것에서만 긍정과 낙관을 배울 수 있는 무의미의 종교에 불과하지 않은가? 의미로 드러나진 무의미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다시말해, 철학본색은 Wonderland를 One-the-Land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카오스에서 환경과 대지를 창조하는 의미logos를 지키는 가브리엘이어야 한다. Wonderland는 land(육지)일수 없다는 점에서 wonder 한 것이기에 우리가 정박할 적당한 곳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부엉’이 아닐까. ‘부엉’이라는 소리는 어떻게 단지 ‘소리’noise에서 노래의 지위를 ‘획득’했는가? 자, 이제 모든 방이 밖과의 길항작용 속에서 건축되어짐을 기억하자. 밖과의 길항작용 속에 방은 끊임없이 놓여 있다. 방은 밖의 재료를 활용하여 만들어졌지만 방은 밖이 아니다. 밖은 수없는 방을 공속하고 있어도 밖은 방이 아니다. 길항작용한다는 것은 방이 그 기능의 작동여부에 따라 탈-구축되거나 재-구축된다는 것이다. 방은 밖을 통해서 지어지지만, 또 밖을 통해서 침식되고, 밖으로 갔다가 다시 밖을 통해서만 방이 된다. 이 노래가 두 계열이 있기 때문에 의미론적인 차원에서 노래로 창조된 것처럼, 이야기 역시 노래, 리듬에 의존한다. (모든 이야기가 어떤 이항대립을 반드시 상정하고 있음을 주지하자.) 부엉이 소음이 아니라 ‘노래’가 되는 임계점은 ‘부엉’이라는 노래(-울음)가 반복될 때부터가 아닌가. 그러면 방과 밖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의미는 무의미를 식량으로 할 때에만 가능해진다. 이런 글을 왜 이 시간에 꼭 읽어야만 하는가? 이것이 철학본색의 존재 가능 조건을 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본색은 누군가의 내러티브, 어떤 책의 내러티브와 의미가 주도하는 공간이기를 반대한다. 또 한편 적극적 무의미, 이상한 나라가 되는 것도 반대한다. 다만 철학본색은 우리가 거주하는 ‘의미공화국’의 자명성을 묻는 한에서만, 또한 밤의 세계에 거주하는 자들을 향한 상상력과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고향임을 인정하는 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의미의 세계’는 ‘무의미의 세계’로 인해 끊임없이 교란당하고 혼란스러워진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가 요청되는 것이다. ‘이야기하기’의 목표는 할머니의 고집으로 대표되는 ‘내 이야기 고수’가 아니라 ‘이야기의 우주론적 개방’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주론적 개방의 사태를 열어주는 이야기는 우리 안에 작동하는 ‘하느님의 말씀’ 혹은 ‘리토르넬로의 운동’, ‘존재론적 생기와 힘’, ‘태극’, ‘끈운동’, 내 식으로 말해 ‘부엉 부엉’ 노래하는 리듬이 아닐까? 그리고 바로 그 이야기, 의미의 노예를 우주론적 해방으로 이끄는 바로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우리로서는 스스로 가질 수도, 희망할 수도 없는 진정한 선물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낮의 세계가, 의미로, 혹은 방과 사회로 ‘분절’을 통한 ‘밤’의 배제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밤’은 무의미로, 무배제의 리듬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깨닫게 한다. 의미의 기초가 무의미에 있음을 알게 될 때, 우리 세계가 가진 배제의 구조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를 알게 된다. 전혀 다른 리듬이 있음을 기억하는 것, 타자의 노래가 있음을 아는 것. 그래야 다른 리듬, 전적 타자,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새로운 ‘이야기’가 이 ‘밤’에 우리에게 ‘도래’하길 바라며, 이 노래를 함께 불러보면 어떨까?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그림 1 <빛의 제국, 르네 마그리트> 그림 2 <이상한 나라와 험프티 덤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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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돈e at 11/27 아 전 목요일은 안되는데; by GT at 11/25 저 넘 힘들어요...ㅜㅜ .. by 마로 at 11/25 저 민규, 근태씨~ 저는.. by 영민햄 at 11/25 재밌네요. 아직 초반이.. by 전민규 at 11/25 쫑열이 화이팅 ㅋㅋㅋ .. by 아리아리 at 11/25 산타는 흰색과 빨간색이.. by 종열ㅎ at 11/25 저는... 동부론으로 .. by 아리아리 at 11/25 하하 동물원에 관한 책을.. by GT at 11/24 그렇죠? 저는 어제 샀습.. by 철학본색 at 11/24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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