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155호를 읽고. 대기도문(대학 신께 드리는 기도) - 영민햄 by 철학본색

창비 155호를 읽고.

우리 교육이 지닌 핵심 문제는 교실의 붕괴, 사교육 집중, 입시 체제에 있을 지 모르지만 2013 체제에 이뤄야 할 교육 목표라고 쓴 어떤 고등학교 선생의 글은 원론적인 이야기에 실효성 있는 대안도 아니다. 우리 교육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이 입학 사정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우리는 대학에서 공개하는 전형 요소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우리 대학이 수능을 중시하는지, 대학별고사를 중시하는지, 내신을 중시하는지 알 길이 없다. 지난해 합격 컷을 알 길이 없다.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학생을 사정하며, 어떤 채점 과정을 거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대학의 정보 은폐 내지 속임수가 결국 교실의 붕괴에서 사교육 집중으로 이어진다. 이제 재수학원은 지난해 천국sky 보낸 자들을 근거로 천국보내주겠다는 교회가 되었다. 고3 교실은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미결의 상태에 놓인 자들이 빙빙 돌고 있는 연옥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확한 입시 사정 방법을 알고 있다라던가, 입시 컷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주술가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 공교육, 사교육 구분만으로 접근하지는 말자. 공교육이 목사라면 사교육은 무당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구원을 교회에서 이룰 수 없다고 할 때 무당을 찾게 된다. 목사든 무당이든 자신의 직감을 '계시'로 오해하고 무당에는 진리가 없고, 목사에게는 구원이 없다고 비난할 뿐이다.

대학들은 천국(sky)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계시'를 내려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정관경언이 아닌 정관경언대의 사회가 되어 정부에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정부 역시 대학의 이런 군림을 방조하지 말아야 한다. 논술 폐지라던가, 내신 강화라던가, 물 수능 정책이 대안이 아니다. 그러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본다. 정부는 쓸데 없는 짓말고 대학이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입시 사정 과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달라. 지금 우리 입시를 보라. 약간의 실력에 행운 상황만 주어지면 되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정확한 공학, 계산 가능성은 들어설 여지가 거의 없다. 좋은 성적을 받고도 원서를 잘 쓰지 못한 친구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살 수 없었던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의 행운 없음에 분노하게 된다. 이것이 20세가 느끼는 최대이자 최초의 분노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 완전히 주술화된 공간. 거기에는 대학의 침묵 내지 전지전능한 대학의 완전한 자유가 전제되어 있다. 2012.2.23


대학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참되고 거룩한 정보를 우리에게 주소서.
대학께서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할테니 부디 일관되게 행동하여 주시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행동해주소서.
구원에 이르는 분명한 길을 우리에게 보이사 학교 소속 목사든 학원 소속 무당이든 더 이상 주술적 행위에 참여하지 않게 하시고 19세 학생들을 불쌍히 여겨주사 시험은 치되 악에서 이기게 하여 주소서.
학교마다 성육신의 형태로 실체있는 정보를 주셔서 우리가 그 말씀을 토대로 성실히 천국에 이르게 해 주소서.
수능과 내신과 대학별 고사의 이름으로 간절히 전능하신 대학에게 기도드립니다. 씨발.

덧글

  • 얄리 2012/05/22 23:02 # 삭제 답글

    나도 붉은 글씨에 한표!ㅋ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