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황지우,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는 이제 늙어가는 시인으로 이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황지우가 이 시를 쓸 당시(46세)만큼의 나이도 되지 않았는데 시감에 이토록 흔들리는 이유가 뭔가. 어쩌면 나는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피하려고 했고, 허물어져 버리고 싶었했던 것 같다. 나이 들어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라면 이미 느낄 만큼 느껴 봤기에 지금 그런 느낌을 내가 갖지 않고 살아갈 권리만큼은 쟁취해야 한다. 황지우는 나이들어 살이 쪘었나 보다. 그러나 한번도 살이 빠진 적이 없는 나로서는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하지는 않지만, 뚱뚱한 가죽부대에 헌 술이 가득찬 것만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시의 마지막,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지금의 나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폐인이기에 문제가 아닐지도. "문제는 그런 뚱뚱한 가죽부대에 새 술이 부어진다면 / 터지지 않고 견딜 수 있으려나, 이리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