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힘. 애매함이 보편적인 것. (서경식 강연) by 철학본색

종교의 힘은 역설적으로 자기 모순에서 나온다. 물론 이것이 내부의 갈등을 격화시키지만 바로 그것이 유연성이다. 예를 들면 유럽에서는 오직 그리스도교만이 인간을 그린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긴 하다)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것이다. 처음부터 모순적이라 할 수 있는데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교리를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와 달리 그리스도교의 경우 성상을 만들지 말라는 율법과 (문자를 모르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이 충돌하자 어떤 명령을 더 우위에 둘지를 두고 해석 집단들 간의 내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더 큰 틀에서는 율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이 매끄럽지 못함이, 애매성이 그리스도교의 신앙적(문화적) 자산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스도교 회화에서의 인간은 마치 할례 받지 않은 자가 복음을 받아 들인 것과 같다. 그래서 보편성은 다른 것이 아니다. 애매모호함을 받아 들일 수 있음, 그것인지도 모른다.

ps. 지난 11월 28일 서경식 선생님의 동숭교회 강연 중 메모한 내용을 내 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날 선생님은 글쓰기에 있어 카라바조가 그린 것처럼 쓰고 싶다고 하셨다. 그날 말씀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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