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 대한 걱정이 없는 세상 by 철학본색

이 포스팅은 아래 링크 글을 읽고 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오래동안 고민해 온 문제이지만 나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걱정스럽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14


이 강연에서 강연자가 말씀하신 대로 관건은 읽고 생각하는 능력인데, 박소장의 논변에는 강연에서 말씀하신 사교육 업자들이 학부모에게 하는 방식과 비슷한 '교묘한 정보의 왜곡'이 있다. 사교육 업자가 막연한 대학 입시를 가지고 불안을 부추기는 것처럼 박재원 소장도 취업이니 대학 졸업 후를 가지고 현재의 교육 방식이 안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물수능에 혼란이 없었다고 단언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물수능 흐름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읽고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한 입시로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사정관제의 취지와 상관 없이 현실에서는 역시 내신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내신 문항을 한번 보시라. 거기에는 "읽기, 생각하기"는 자리 잡을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읽기와 생각하기"라는 것이 현재의 공교육 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환상이다. 나는 과연 누군가의 읽기와 생각을 고양시켜줄 수 있는 자질있는 교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다. 소위 SKY대학의 학부대학 글쓰기 강사들조차 글쓰기 교육 자체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회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입시와 같은 강제성도 없고 1년밖에 배우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논술학원이 존재하는 까닭은 논술을 교과에서 가르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논술 수업이 생각을 고양시키는 방식대로 이뤄지지 않고 학교 해설지를 반복하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석사 이상에서 박사 과정 수준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논술 강사들 역시 논술 교육은 성공하더라도 논술 입시는 성공하기 어렵다. 대학이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내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결론은 내신이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강연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느낀다. 첫째, 이 강연은 사교육에 대한 염려 때문에 교육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 교육은 대학입시도 아니지만, 취업이나 먹고사는 문제도 아니다. 전반적인 논증이 입시 문제의 원인을 사교육으로 인식하지만 사교육은 그래봤자 현 입시 제도에 기생하는 존재일 뿐이지 원인도 되지 못한다. 강연자가 말씀하시는 대안적 사고가 확장되려면 입시 전에 일단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대학을 걱정하는 모임 정도로 바뀌는게 좋겠다. 둘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나는 걱정스럽다. 한 예로 어려운 논술 문제에 대해서 이 단체에서 2-3년 전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거였는데, 결론은 사교육은 억제되지 못했고, 교육은 왜곡시켰다. 일단 논술 준비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나오는 지문만 보면 되니까 고전을 읽어야 할 동기가 사라졌고, 논증을 위한 재료들을 모으기 위한 독서에 게을러졌다. "모든 것은 교과서에서"라는 말이 논술고사를 지배하자마자 물수능은 시작됐고, 물수능의 혼란이 결국 다시 논술학원이 성황을 이루게 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어쩌면 하이퍼-사교육 내지 울트라-사교육이다. 사교육이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사교육이 되었다는 것은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김영하가 택시법에 대해서 쓰면서 택시의 운명은 대중교통의 성패에 달린 것이라 쓴 적이 있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택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중교통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 택시이기 때문이다. 택시는 그래서 낮보다는 밤에 더 많이 보이고, 택시 합승이 많이 보이는 지역일수록 대중교통이 열악하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성패에 달린 것이지, 사교육 걱정을 한다고 해서 사교육 걱정이 없어지지 않는다. 택시는 비록 대중교통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운송업에 종사하는 집단이라 시민의 이동에 기여하는 바가 있듯이, 사교육 업자들도 비록 사적이지만 교육에 종사하는 집단이라 교육의 본질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그 자체로 악은 아니다. 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을 위시하여 시민의 이동에 방해가 되면서까지 정당화될 수 없듯이 공교육 교사들이 공적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본질과 무관하게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이뤄진다. 결국 박소장과 나는 바라보는 방향만 다를 뿐인지도 모른다. 박소장이 이제 "공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 사교육을 걱정하고 있다면, 나는 "사교육 쪽으로 방향을 틀어" 공교육을 걱정하고 있다.


예견을 하자면 현재의 공교육 방식으로 박소장이 강연하고 있는 것처럼 저성장 시대에 대한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 그건 대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저성장시대에는 공교육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획일화된 교육 내용과 주입식 교육 방식은 고용이 마구 창출되는 고도성장시대의 방식이지 저성장시대의 개성있는 인재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불황은 항상 더 치열한 경쟁을 만들어냈다. 박소장은 부모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일종의 '결단주의적 태도'를 요구한다. 개인의 성장을 위한 지원과 격려, 공감이 중요하다는 건데 이건 지금 교육제도가 지닌 모순을 수사적으로 해결하는 말에 불과하다. 나는 이 대목을 보고 박소장이 사교육에 대해서 고민해본 만큼 공교육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민해 본적이 없다고 느꼈다. 말하자면, 현재 교육 제도에서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모 입장에서 결단을 해야 한다면 사교육을 시킬건지 말건지 내지 아이에게 공감을 할건지 말지가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 중 무엇을 선택할지, 내지 공교육으로터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왜 사립초의 경쟁률이 해마다 올라가고 국제학교나 대안학교로 사람들이 떠나는지 생각해보라. 이건 "나는 절대로 사교육 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부모의 결단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택시 문제는 풀기 어렵지만 대중교통은 성공했다. 택시의 실패는 대중교통의 성공을 가져다 준 원인이 아니다. 대중교통의 성공이 택시의 실패를 가져왔고 택시법 논쟁을 낳았다. 하지만 '택시 업계 종사자'가 보기에 공교육의 성공은 대중교통의 성공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는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 요컨대 대중교통 문제를 풀기 위해 택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 몫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언필칭 "택시 업계 종사자"로서 하는 말이다.


덧글

  • sunlight 2015/12/03 15:49 # 삭제 답글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글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고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글의 분량에 놀란 탓일까? 네티즌들은 이런 좋은 글은 잘 읽지 않는다.
    대신 안드로메다에 썩은 사과 떨어지는 내용을 더 좋아한다.

    - - -

    요즘엔 대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그냥 엎드려 자는 놈들이 많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고등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
    우리의 공교육 ... 교사들은 월급만 챙길 뿐
    그눔의 '참교육'이란 게 애들을 완전히 망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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