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 나는 한국을 떠나려 한다(-권영민)

어제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면서 과반수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거대야당이 출현했다는 언론 보도는 마치 제게는 '괴물'이 출현했다는 소식처럼 들립니다. 평소 선거를 하지 않던 저로서도 어제 18대 총선만큼은 꼭 참가해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가슴 절박하고 답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와 다른 입장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최소한 저는 아래의 몇 가지 이유로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뼈저리고 이민충동을 느낄 만큼 슬픕니다.


특히 김근태/손학규가 떨어진 것이 너무나 가슴 저립니다. 노회찬이 <7막7장>의 홍정욱에게 패해 낙선한 것이 슬픕니다. 평소 김근태의 높은 문화적 수준과 교양에 감복해오던 저로서는 풋내기 신지호에게 밀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7대 국회의 스타가 노회찬이 홍정욱에게 지다니요? 그것은 덜 똑똑해서도, 이미지에서도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뭐 어떻게 된 것일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을까요? 돈 있는 사람에게 권력까지 주는 것은 권력만 있는 것보다, 돈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나쁩니다.


어제 저는 김근태가 낙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했습니다. 더 이상 이 나라에서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란이와 끝없는 여행만을 하는 사람, 도피성 이민을 떠나는 사람은 공동체를 버리는 사람이라고 핏발을 세우며 대화를 했는데 오늘 저는 끝없는 여행을, 이민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이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입니다. 교양 없는 사람들, 곧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절연된 사람들이 이 나라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슬프고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통곡하고 있는 정동영과 김근태>

우연찮게 마이클 무어의 '식코Sicko'라는 영화를 받습니다. 미국 의료 서비스에 관한 마이클 무어의 삐딱한 / 정직한 시선을 담고 있는 재밌는 / 슬픈 / 답답한 영화입니다. 오늘 네이버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사가 떴더군요. 절단된 중지 봉합에 1억 2천만원, 약지 봉합에 6천만원이라는 미국. 병원에서 18시간을 기다려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미국. 환자가 돈이 없으면 길가에 가져다 버리는 나라 미국. 심장발작으로 60평생을 모은 재산을 병원에 다 가져다 주고 파산해버리는 사람들이 사는 미국. 20세에 앓은 자궁암으로 캐나다에 밀입국해 병원진료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나라 미국. 관타나모베이에서보다 더 열악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나라 미국. 자신들의 적이라고 외치던 쿠바의 무료 의료시설에 탄복하는 나라 미국.



영화는 미국의 말도 안되는, 정말로 비인간적인 의료서비스와 삶의 방식에 대해서 통렬히 고발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보험사'의 경제적 이해와 관련된 것이며 그들이 정부에게 수억달러를 써가면 로비를 해 법개정을 교묘히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이클 무어는 영국과 프랑스, 쿠바와 캐나다의 의료상황을 미국과 극명히 대조하며 보여줍니다. 미국인이 손가락 봉합수술에 1억원을 넘는 돈을 쓸 때 캐나다인이 다섯손가락 모두를 봉합할 때 3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영국인은 출산 시에 국가가 1년간 유급휴가를 지원할 뿐 아니라 병원 시설과 진료비가 모두 'free'입니다. 국립병원에 있는 Cashier는 돈을 받는 곳이 아니라 진료 후 교통비가 없어 집에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기도 합니다. 프랑스인들은 언제든지 전화한통이면 뛰어난 의사로부터 무료진료를 받습니다. 24시간 사업하는 배관공도 전화하면 1시간 안에 오니까 의사인 자기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쿠바는 미국에서 125달러 하는 기관지약을 단돈 5센트에 판매하고 있습니다.(마이클 무어가 원래 풍이 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미국과의 차이는 큽니다)

어제 이런 이야기를 제 파트너에게 하니, 우리나라도 영국/프랑스/캐나다/쿠바와 비슷한 것이 아니냐고 안도하더군요. 저는 절망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의료산업화를 목표로 미국식 의료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어.."

공교롭게 오늘 아침 뉴스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를 또 들었습니다. 핵심은 '당연지정제' 폐지논란인데 그동안 모든 병원이 '당연'하게 가입해야 했던 의료보험 서비스를 이제 선택적으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병원은 진료비를 마음대로 받을 수 있게 되는데 현재 예상되는 어금니 발치 비용이 현재 2만원정도 하던 것이 대략 4천만원 정도로 뛰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기 전 보험사에 전화를 해 병원에 가도 될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아마 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사람이 상당히 많아지게 될 것이라 합니다.(현재 미국의 경우 5천만명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험가입자 중 다수가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영화는 미국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런 보도는 전부 무슨 무슨 경제신문과 같은 보수적인 언론에서나 나옵니다.)

실례하지만 욕한번 하겠습니다. 씨발, 좆같은 세상!
미안합니다. 글을 쓰다가도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영화 <식코>를 보니 돈 없어서 죽는다는 말이 '실감'이 되더군요. 그리고 나도, 내 가족도, 친구도 돈이 없어 죽게 될 '길'이 훤히 보이니 욕이 안나오고는 안되겠습니다. 이제 헌법말고 무슨 법이라도 다 바꿀 수 있는 '한나라당'이 우리를 미국식 의료시스템으로 변화시켜서 보험사 배불려주고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겠지요. 어느 나라는 대학도 무료라던데, 그래서 등록금 내는 것도 억울한데 제길 이제 병원도 마음대로 못가게 생겼습니다.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아파서 이 나라에 앉아 죽든지, 아니면 이민을 가던지..

함께 <식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지정제> 폐지와 같은 반민중적(?)/반인권적인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직접행동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서워서 살 수가 없습니다. 의료보험 민영화는 '절대로' 안됩니다. 차라리 대운하를 파라 하십시오. 하지만 의료보험 민영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안됩니다. 그것만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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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학본색 | 2008/04/10 10:16 | 똥통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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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과니~* at 2008/04/10 22:15
미안하지만 이 나라의 국민들은 민주항쟁을 할 인간은 단 1명도 없습니다
그저 나락으로 떨어져 가면서도 키보드만 잡고 조잘될 인간들 뿐이라죠..
Commented by 배종열 at 2008/04/10 23:09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 이다.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8조 2항 정당은 그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한다.


어디가? 어디서? 누가?

Commented by 배종열 at 2008/04/10 23:19
마이클모어..... 꼴통... 중학교 3학년때... 화씨9.11을 보며 생각 했지요... (영화 내용은... 거의 기억 안나지만 ㅋㅋㅋ)
세계를 발칵 뒤집는 영화를 만들자고.... 영화의 내용이 그분들의 심기를 건들여 노골적인 표적 수사를 당해 그들을 위한 법을 어긴 죄목으로 구속당할지라도...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몇년간은 다리 펴고 주무시겠네요. 그려!."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들어가자고...

대한민국은 그분들을 곤란하게할 꼴통이 필요해요....ㅠ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왜 지지했을까요...?
지금 우리 국민들 머릿속은 지난날 정치에 대한 배신감과 더불어 국회의원들이 어떤 인간이건 어떤 정치를 하건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부터 살립시다."라는 말만 굳게 믿지요... 그만큼....... 우리부모님들의 주머니가 힘들다는 뜻으로 비쳐집니다.
경제부터 살립시다.... 좋은 말입니다만... 그분들... 글자 하나 빠트렸네요.... '내'
"내 경제부터 살립시다."라고 표현 해야죠....
Commented by 배종열 at 2008/04/10 23:30
+형님 ㅠ 저도 식코 보고싶어요..., 불편한 진실도요.. ㅠ 마이클 모어... ... 그를 따라가고 시팓면서 정작 그의 영화는 달랑 한편(이제 기억도 잘 안나는...)면 뿐이네요... ㅠ 꼭 함께 보고 토론하는 시간 함께해요 ^ ㅁ^ ;
Commented by 철학본색 at 2008/04/11 00:23
과니님, 옳은 말씀이십니다. 저만해도 그렇지요. 키보드만 잡고 조잘댈 뿐이에요. 반성해야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키보드를 붙잡고라도 싸우고 외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힘든 하루입니다..

종열아, 같이 영화보고 토론하자. 이번 주는 아마 토요일 우리 집에서 모일 것 같구나. 와서 함께 보자구나.
Commented by 철학본색 at 2008/04/11 01:10
식코를 보셨군요. 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안에 담긴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작년부터 지금의 국민의료보험을 없애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선에서 이명박이
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모습을 지켜 봅니다. 이제 그들이 구체적으로 현실화 시킬것이 불 보듯
뻔해 보입니다.

영민이 형 국민의료보험만은 이것만은 지켜야 됩니다.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비정규직이 더욱 양산되고,
물가가 천정정지부로 뛰더라도 국민의료보험만은 지켜야합니다.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받는 꼴 보다, 돈이
없어서 못 먹고 못 입는 꼴 보다, 돈이 없어서 아픈 곳을 고치지 못해서 죽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근데 저 '과니' 아뒤를 쓰는 분은 뉘신지?? 저런 말을 왜 하는지 안타까움만 생기는군요. (백수 종욱)
Commented by 철학본색 at 2008/04/11 01:33
돈없으면 아프지도 못하는 신자유주의로 점철된 미국이라는 땅에서 무료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패치 아담스'님이 생각나네요, 의사이자 미친거인이라 불리는....현재는 시범적으로 실시되는 무료병원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광대놀이, 강연을 한다고 합니다.
패치 아담스님의 생애는 '패치 아담스'라고 하는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는데 저는 보진 못했네요.^^
북한에 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찌 되어가는지..

(미 소 )
Commented by 철학본색 at 2008/04/15 01:15
패치 아담스, 나도 참 재밌게 본 영화인데.. 미란소, 근데 그분이 아직 살아계심?
Commented by 새바람 at 2008/04/24 02:53
매일 매일 절망감으로 혹은 불안감으로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입니다. 내가 좀 이상한건가? 다른 사람들 모두 별일 없이들 잘 지내고 있는데...다른 사람들이 미쳤거나 아님 내가 미친것 같습니다. 광우병 소가 우리 먹거리를 장악하겠다고 하니 더욱 미칠 지경입니다. 누군가 얘기했 듯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숨어있는 소들. 정말 무섭습니다. 미친소... 5살, 3살된 우리아가들 오늘 문화센터 놀이 과학시간에 선생님이 계란 흰자랑 젤라틴을 섞어서 마시멜로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더군요. 그리고 조금 시식했는데... 코스코에서 샀다는 그 젤라틴. 뒤늦게 알고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칠 것 같습니다. 우리 아기들 데리고 다니다 보면 누군가 내놓는 각종 먹거리들...
아기들은 먹겠다고 떼를 쓸터인데, 그리고 유치원 보내고 학교 보내면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을텐데...
뭐 먹을 때마다 두렵고 무서운 심정이 점점 더 심한 강박이 될 것 같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그리고 소고기 전면 개방, 유전자 콩 수입...
뭐 하나 절망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매일 매일 기도합니다.
Commented by 철학본색 at 2008/04/24 09:35
새바람님, 반갑습니다. 저도 매일매일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입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비만이 아닌 적이 없던 제가 살 빼기로 마음을 다 먹었을 정도니까요. 아이들에게 젤라틴을..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아,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새바람님의 안타까운 절규가 남이야기가 아닌지라, 마음이 힘드네요.
매일매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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